경혜의 마음

이대영
경혜는 사랑니가 없어진 걸 혀로 느껴보려 했다. 붓기가 채 다 가시기전이었지만, 없어진 걸 확인해내고 싶었다. 이미 부푼 볼에 바람을 불어 옆에 공간을 만들었다. 경혜는 실밥의 위치를 짐작하고 혀를 갖다대고 움직었다.
실밥이 아니라 이빨 사이에 나물같은게 낀 것 같다는 생각을 경혜는 했다.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고,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이상한 이질감만이 그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 같았다.
경혜는 내일도 일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없어진 것들, 정확히는 예상치 못하게 없어진 사랑니 하나, 물혹 하나와 12만 8천원이 그녀가 타는 왕복 네 시간의 버스와 지하철을, 7시간의 서있기를 반복할 마음을 먹게했다.
‘사랑을 하면 사랑니가 난다면서요?’ 사랑해서 사랑니가 났으니, 네 책임이라는 옛 애인의 말을 생각했다. 사랑을 할 때 사랑니가 난다면, 사랑이 끝날때 사랑니를 뽑아야 하는건가? 그렇다면 책임이 K에게도 있으니 12만 8천원을 청구하고 싶었다. K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공식적인 메일로 보내고 싶었다.
K 귀하 -
사랑니 발치의 건.
상기한 이유들로
사랑니 발치에 사용된 값을 청구하오니,
금일 16시까지
1002-456-382608 우리은행으로
128,000₩을 입금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경혜 배상.
헤어질때의 대화를 곱씹었다. 가식적이라는 말에 대해, 더이상 화도 나지 않는다는 말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었던 모진말들을 마음속에 주워서 담아놓다가도, 곧 버려내었다. 경혜는 생각을 그만둘 수 없었다. K를 생각하는 일은 온 마음을 다해 미워했다가도, 속속이 들어있는 기억들을 사랑하는 일이었다.
‘근데 너도’ 와 ‘존나 가식적이야 ‘ 사이에는 경혜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던 일, 스스로 손톱을 짧게 깎았던 일, 별 것도 아닌 것들로 서로 배아프게 웃던 일이 지나갔다. 수도 없이 갔던 합정의 새검정과 빈브라더스에서 커피의 맛을 평가했던 일. 당신을 보기 위해서 한 시간 반을 이동해야하는 경기도민의 고충을 반복해서 토로했던 일. 오늘 못생기지 않았냐는 말에 전혀 모르겠다는 듯 대답하는 일이 이제는 없다는 게, 앞으로는 있지 않다는 게. 그것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게, 경혜의 마음이었다.
경혜는 사랑니가 없어진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다. 혀를 가져다대서 움직여보았다. 실밥이 아니라 이빨 사이에 나물같은게 낀 것 같다는 생각을 경혜는 다시금 했다.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고,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이상한 이질감만이 그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