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시

곤영




초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받은 우산을
넌 왜 아직도 들고 다니니.

왜 그런 말을 해.

한국의 옛 제례의식이 한창이었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빌린 한복 차림이었다.

우산 손잡이를 쥔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거기 입술이 있으니까.

다들 아무데서나 보이는 입술 같은 건
졸업한 지 오래라고 한다.

당연한 거 아냐?

한 떼의 외국인들이 흠뻑 젖어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걸어간다.
아무리 걸어도 인공강우 같은 진짜 빗속에서.

이제 한국에 한국인이 나뿐이다. 내가 죽으면 한국이 아니라고 한다.
아주 연약하다고 한다.

왜 그런 말을 하냐니.

손잡이는 낡아서 걸핏하면 빠졌다.
오늘 물으면 일주일 뒤에 대답이 돌아왔다.

자꾸 바닥에 떨어져서
바닥을 잘 보고 다녀야 했다.

어느 날은 바닥에 뭐라고 써 있었다.

이봐,
피가 난다면

적어도 피가 난다면
시원해야 한다고.


*


저쪽으로 가면 곧장 역이다.

손을 뻗어 저쪽을 가리키자
한 떼의 사람들이 저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광경이 여러 번.

한편 나는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어
죽기를 그만두고 다시 살아난다.

손잡이가 자라서 한국인이 되겠다고 한 것이다.

수몰된 학교 터를 경기도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경기도지사로 출마하겠다고.

우산을 뒤집으면 물을 담을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





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