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말 외 2편

디디디DDDDD



말과 말



세상에 말들이 너무 많다
오직 나만이 길잃은 짐승인 마냥

내가 몰두하는 모든 것에 정반대가 있다

한순간만 지나도 그전의 모든 걸 잊고 살아갈 수 있다
내게 건네주는 이들의 마음을 영영 모르고도 살아갈 수 있다

간직하려고 애써도 순식간에 흘려버리는 것들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쓰일 수 없는 시간들이 부디
그렇게 그냥 지나가버리길
그렇게 그냥 지나가버려서
제멋대로 해석되고 이야기되고 의미부여되고 구조화되고 그렇게 무언가가 되면서
무언가가 되는 동안 충분히 안심시키면서

어느 끝에도 도달하지 않아도 되는 길이 되길




겨울 예배


두 손을
모으고
가지런히 고개를 숙인 채
한 줄로 앉아 있는 사람들

이들의 그림자가 전철 차창에 비치고
도시 전체를 비껴가는 햇빛을
그저 맞으며

전철도 그저 사람을 태우고 달린다
도시를 가로질러


이른 봄날
여윈 산에
마른 나뭇잎을 밟으며
외딴 신학대학에 가는 사람을 상상해본다

두꺼운 펠트천의 옷을 입고
겸손하게 산 너머 전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우리 모두
지난 겨울 동안 묻어두었던 기도를 위해
차마 우리와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수도승이었음을




회관


돌벽에 기대어서
기둥 밖 풍경이 흑백이 될 때
가로등이 켜지길 간절히 기다려왔던 만큼
공기가 가벼워진다

발 아래 석회암은 단단히 나를 받쳐주고
머리 위 높은 천장은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아무도 없는 거리를 뛰어다니고
저 멀리 누군가의 차달리는 소리가 여기 회관을 비춰주면서

어딘지 모르겠는 그림 속 풍경도 이제는 내 안에 새겨졌고
처연하게 눈 쌓인 논밭과 산들도 다정히 나를 지켜준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아이는 내가 되었고
언젠가 먹어보았던 그 요리도 나의 살로 잘 구성되었다

초라한 것들은 모두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에 비춰질 뿐
새벽의 바닷가 뿌연 안개도 고요히 안아준다 내 모든 것들을

나는 툭하면 절벽에 올라서지만
여기에 세워진 회관은 그런 나를
가만히 들여다봐주고
단단히 받쳐주고
조금만 더

나를
끌어줍니다
그러면 나도 무릎을 꿇고
나에게 가져다준 흑백 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멈춥니다

눈앞의
풍경은
온전히
내가 되어서





디디디DDD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