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는개 외 2편
이지영
나 는개
천장을 정성스레 닦는다
닦다보면
나에겐 벽냄새가 흥건하다
벽은 땀냄새가 진동한다
벽은 통곡한다
진통한다
벽은 온 몸이 배. 벽에 귀를 대어본다. 옆집이 발차는 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쌍둥이다. 둘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2022-07-23의 영상, 사람들은 충격받지만 둘을 말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천장에선 먼지가 내린다
죽어도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끊임없이 되돌아온다
반대쪽 벽에 귀를 대어본다. 옆집 사람의 배는 새벽빛을 받고 얼굴은 어둠에 묻혀 있다. 이불로 몸을 감싼 이는 옆에 누운 이에게 구름처럼 내려온다. 욕실은 레몬빛이다. 오래 레몬빛 조명을 받아 하얗던 욕실은 변색되는 중이다. 입을 맞춘다. 어떤 깨달음은 입천장으로 온다.
어떤 방엔 비가 내리며
환풍구로 15층의 냄새들과 소음들이 뒤섞인다
처절한 드럼소리가 들린다
천장을 정성스레 닦는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바닥에 귀를 대본다.
자는 사람의 입이 점차 벌어진다. 피아노 소리의 립싱크를 한다. 더없이 낮은 음. 당신의 발가락을 울리는. 더없이 외설적인. 손가락이 하나씩 펴지는.
내 손은 중지와 검지가 서로를 향해 휘어 있다.
이미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손등은 이미 하늘에 있는 것 같다.
가게
한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
비슷한 유리창들을
비슷한 얼굴들을 수도 없이 지나쳐오고
데자뷔에 시달리다 지쳐
구석 자리에 앉았다.
직원은 k-pop으로 귀가 멀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어서오세요”
그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가게 안의 형광등 몇 개는 교체해야 할 것 같았다.
꺼진 형광등 아래의 구석 자리는 어두웠다.
튀김기에서 알림음이 들리자 몇 사람들이 어두운 자리에 앉은 그를 쳐다본다.
마치 그가 내는 소리라는 듯이.
그는 시선들을 마주본다.
당신들을 의식하고 있어요, 라는 듯이.
그건 마치
당신들을 존중하고 존경하고 있어요, 라는 뜻과 같았다.
유리창 밖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지나간다.
페달이 돌아가는 소리가 벌레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누군가의 커피 안에 날벌레가 천사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직원은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도 아니고 창 안쪽도 아니고, 직원은 자신이 유리창 안에 갇힌 것 같았다.
누군가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 유리창을 깨줬으면 했다.
날벌레가 떠다니는 커피를 리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직원이 뭐라 대답했으나 남자가 의자를 끄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는 일어나서 가게를 한 바퀴 돌았다. 냅킨인지 콘센트인지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의 눈빛이 그의 안에서 조용히 떠올랐다가 곧 잊혀졌다.
탄산은 중력을 이기고 자살했다.
직원은 아, 하고 고개가 들리고 천장을 바라볼 때가 종종 있었다.
직원의 고개가 돌아오고
창밖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도끼를 들고 다가왔다.
비가 오고 있다
우산이 없이
찌푸린 사람들, 찌푸린 사람들.
사람들은 대충 그린 그림처럼 지나가고
불은 손가락.
내 유일함은 부풀어오르고 뭉개져서
네 얼굴이 떠오르게 된다.
헤드라이트는 내 안을 비추고 지나가고
강박증자 비처럼
내 아래 보이는 모든 곳을
동시에 내 발로 딛고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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