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외 2편
서새별
화
지옥에서는 거짓말한 자들의 혀를 쭈욱 늘려 그곳에 밭을 간다고 했다 거짓말한 자들의 혀를 늘리는 동안 도둑질한 자들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분질러 주려나 섬뜩한 목소리 그치만 내 주변에는 나쁜 사람이 없는걸 미간을 찌푸리며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떠올려 본다
그녀의 등이 굽은 건 누군가의 발자취를 깊게 아로새겼기 때문일 테다 손마디가 닳아 없어진 것은 누군가의 넥카라를 넥타이를 반듯이 다듬었기 때문일 테고 폐포 하나하나 썩어 쓸모없어진 건 누군가의 한숨을 들이마시느라 숨죽였기 때문일 테다
우리는 죽으면 좋은 곳에 간다 말하지만 밟고 있는 땅이 지옥이라면 누군가의 혀 위에 서 있다면 씨를 뿌려도 자라나는 것이 새빨간 지옥꽃이라면 석산과 꽃무릇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불공평해요, 천재는 단명하는 법이라는 말에 목을 켁 졸라 본다 갈수록 지긋지긋 붙어 있는 숨이 해 아래 기일게 늘어져 있다 너 그곳에 꿀 발라 놨니? 무슨 뜻이냐 묻지 못한 채 눈치껏 고개를 주억거렸으나 이제는 벗어날 수 없음을 안다
불가항력이라고들 하던데, 발뒤꿈치를 아스팔트에 비벼 보아도 갈리는 건 신발 밑창이지 목숨줄이 아니다 나는 천재가 아닌 걸까 노란 가방을 지일질 끌며
동경이 아닌 사랑이다 사랑을 하면 닮고 싶어져 동그랗게 말고 있던 손가럭이 쭉 펴진 채 키가 자랐고
어느 해에는 어깨죽지에 그것을 새겼다 상사화라던, 피안화 지옥꽃 석산 꽃무릇 스파이더 릴리 이유를 물어보면 그뿐이라 답했다 불공평해서요, 색은 영원히 지울 수 없음을 잊어버리고서 계단을 내린다
손톱은 슬플 때 돋는다더라
그녀는 손톱과 머리가 너무나도 빨리 자랐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는 이틀이면 부시시하고 부시시한 머리를 손질하다 보면 너무 길어진 그리고 갈라진 손톱 틈새에 머리카락이 자꾸만 걸렸다 아무리 단정히 매무새를 다듬어도 머리카락이 걸려 나왔다 바닥에는 슬픔처럼 그것들이 누워 있다 씻고 나왔을 때에는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더이상 빨려 들어가지 않겠다며 애를 썼다 슬픔에, 하수도처리장에
발톱은 기쁠 때 자란다던데
태아처럼 몸을 아무리 웅크려 봐도 발끝이 보이지 않았다
돌, 풀을 씹는 기분을 길게 늘어뜨림
계단 한켠에 무명의 풀이 있었습니다 인공 대리석 사이에 비집고 차지한 풀은 대체 어떤 마음을 자라났는지요
풀이란 그런 것일까요 아무렇게나 뿌린 씨앗도 아무 틈만 있으면 비집고 뿌리내립니다 정말 아무렇게나 우리는 이것을 의도치 않았다 표현합니다 틈을 준 너의 탓을 하기 시작합니다
요 칠칠맞은 대리석은 이제 이름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풀이 자리잡은 돌덩이일 뿐입니다 균열이 몸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좀먹히기 시작합니다 무명의 돌덩이와 무명의 풀은 그렇게 볼품없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이것들은 자라납니다 이제 이 둘은 어떤 마음인지요
돌과 풀의 언어는 다릅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렇게나 자란 것들에 왜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호기심일까요 마음으론 읽어낼 수 없어 직접 느껴보기로 합니다 하나가 둘이 되며 비명이 자자합니다 그러나 나는 들을 수 없습니다 틈이 비워집니다
그러나 메워지진 않을 겁니다
풀의 축 처진 몸은 나의 방식대로 깨끗해져갑니다 몸을 두르고 있던 부스러기들이 떨어져나갑니다 부스러기들이 스테인리스에 부딪히는 소리가 자자합니다 이제 이 물소리가 아스팔트에서 함께하던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점점 무無가 되어 갈려나갑니다 미뢰와 엽록체가 만났습니다
텁텁하고 씁니다 이것이 누구의 마음일까요 생각이 요동쳐 나는 며칠을 앓았습니다 내 혓바닥에도 이제 틈이 생겼습니다
서새별
음악과 글로 세상과 소통하지만 늘 누워 있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Instagram @0514.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