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불 외 2편

천기현



몸과 불


거목이 불타고 있다

멀리서 온 빛이 방 안에 물결친다
너무 밝아서 잠을 잘 수 없다
너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냐고 묻고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는다

이 장면이 영원히 반복될 것 같았지만

저것을 베어버려야지

도끼를 챙긴다 빛을 향해 걷는다 불타는 거목 앞에 도착해서 너에게 전화를 건다

나 지금 그 나무 앞이야 응 아직도 활활 타고 있어 지금부터 베어버리려고

나무는 생각보다 가볍게 부서진다 빛의 덩어리가 쓰러져 땅으로 내려온다 커다란 불속으로 도끼를 던져넣는다

이제 떠나려고 돌아서면
너도 여기 있었다

너는 다 보고 있었다

아직도 타고 있네
우린 이 불을 끝을 수 없을 거야

말하면 불은 점점 멀리 퍼지고 우리가 돌아갈 곳까지 불이 번진다

괜찮을 거야 여기에는 우리 둘 뿐이니까

한동안 계속 불탔고
더 탈 것이 없을 때 불이 꺼졌다

지평선이 선명했고
이런 아무것도 없는 평야에서는
다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고
너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너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거목을 주문한다

네 여기로 가져다주세요
원래 있던 것이 다 타버렸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저희가 다 처리했습니다

그러면 생쥐 한 마리가 씨를 물어와
내 발치에 심는다

오래도록 거목을 생각하면
그것은 거목이 되었고
곁에 앉아 잠들 수 있을 만큼 단단했다




백조


백조가 수면을 미끄러지고있다

백조를 처음 본다
생각보다 크고 희다

백조는 성질이 사납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나는 성질이 사납다는 말을
다정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드렸다
백조와 말을 섞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때

백조가 말을 건다

헤엄치는 건 힘든 일이에요 알고있나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아는 척이 하고싶어서

알고있어 너희는 물 아래서 발을 빨리 움직이지 물 위에서 멋지게 미끄러지기 위해서 그리고 너희는 다정하지 않아

말하면 백조는 화를 낸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정해요
당신들이 당신들에게 다정하듯이

백조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멀리 날아간다

흔들리는 수면만 남았다

수면이 평평하질 때 까지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않았고 그대로 겨울이 되어 연못이 얼어버렸다

얼어버린 연못 위를 걷는다
얼음은 충분히 두껍고 차다
얼음 아래와 얼음 위의 세상을 충분히 나누어 주고 있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뒤뚱거리고
하늘을 보면 백조들이 날아가고있다
나란한 그들의 발이 보인다




목질화


너는 인간이 되었다
무엇이든지 될 수 있었으므로

너는 숲을 만들었다
숲은 좁았지만 나무들은 아주 높았다
그늘 때문에 낮에도 서늘했고 해가 빨리 졌다

너는 숲 말고도 갖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바다
바다를 보고 싶어서
작은 바다를 만들었다
바다치고는 아주 작았지만
최소한의 바다도 이곳을 섬으로 만들어 버린다

높고 좁은 숲이 있는 섬을
너는 갖게 되었다

수평선 보기
온몸으로 그늘 맞기
양자택일

오래도록 고민하면
너의 인간 몸이
자꾸 뜨거워지고
불이 붙는다

몸의 불은 숲으로 옮겨붙어 높은 불을 만들었다

나는 멀리서 너를 보다가

나무로 배를 만들어 불꽃의 섬으로 간다
너에게 바닷물을 끼얹어
몸의 불을 꺼버린다

울기
화내기
양자택일

오래도록 고민하면
비가와서 섬의 불을 꺼버린다

너는 작은 나무 상자를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간다





천기현
시를 쓰는 사람이다. 쉽게 읽혀버리는 시를 많이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