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뭐라 말할까
비
나를 살리려 네가
애쓰던 장면들이 숱하게
눈앞에 스쳐지나가 생의
마지막은 이렇구나 미리 알았더라면
눈여겨볼걸 그랬어
좀더 선명하게
사라지도록
내
앞에 누워있는 내
몸의 가슴팍을 힘껏
누르고 내
입에 숨을 불어 넣는
네게
말해주어야 하는데 나는
이미 여기 있다고
아침에 전화로 숨
넘어가게 웃고
떠드는 내 뒤로 양말을
당겨 신으며 소리쳐 인사하고
달려 나가버리는 너를
숨차게 쫓아가 알려줄 걸
나는 오후에 떠날
오전의 사람이야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나를
사랑한다고 네가 말 하거나
네 몸 위에 걸친 것들 다
팽개치고 전력 질주해 와
꽈악 안길 때라도
얘기할걸
우리가 헤어지는 건
내일이나 모레일 거라고
심통이 나면
튀어나오는 새부리 같은
네 윗입술부터 꼴 보기 싫어
잘 있어 한 자
남기지 않고 나는 떠나노라고
화를 내고 침을 뱉으며
악을 지르고
꿈에서도 마주치지
말까
그러기엔
기어 다니던 너를 쫓아
하루 종일 바닥을
쓸고 닦으며 웃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던
스물일곱의 나를 네 삶
평생에 걸쳐 너에게
들키고 말았지
오십 년의 삶
길디길었던 바람에
너와의 사랑도
황급히 날아갔는데
그 찰나에 내 삶이 가장
찬란해진 순간이 있었다고
그렇게 네게
말해줄까
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