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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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
실험은 실패했다.
예견된 견해였다. 불확不確의 가설이고.
그럼에도, 미련은 남아서
갓난아이 홍조를 닮아
용액은 불그스름했다.
주삿바늘 굵기는 오차를 벗어 던졌고
위치는 한참이나 비껴 있었다.
깜박, 눈을 감았다 뜨면
아이는 저만치 멀리 가 있다.
실수를 예측했고
여전히 실험은 지속되었으며
산소 호흡기는
폐기물 처리함에서 발견되었다.
밤색의, 두 구체가 아득했다.
더는 쓸 사람이 남지 않았음을,
잊었다는 것을 복기했다.
호흡기 내부에 미소가 감돌았다.
탁하게 흐렸던 두 눈동자가 생각났다
졸업식
꽃은
의미를 가진다.
열여섯 겨울에
한 아름 꽃다발 들 무렵
이모의 속삭임.
노오랗게 변색된 조각은
잊힌 책장 세 번째 칸
딣거 닳은 하드커버 뒤
종종 터져 나오던 것
명을 다해 스러진 꽃이
자주 고개를 숙이면
분홍빛 색채는
노을의 어스름을 연상하고
바스러짐은 순간이어서
열일곱 무렵이면
어느새 무더기가 되어 있었다
다발의 코랄색 천은
노을 하늘을 찾아 떠났으므로
하늘은 여전히
푸르게 빛났고
꽃은 언제나
의미를 가졌다.
선인장 기르기
안식처에는 물이 없었다.
그는 물을 싫어했으므로
물의 종의 멸절은 오래 전의 일이다.
유진은
물 없이도 자라는 선인장을 사랑했으나
세계는 종종 이른 새벽에 스러졌고
유독,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물의 종의 멸절은
영원한 생물의 멸망을 뜻해서
물의 종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잃어버린 세계의 종을 추모하는 것은
오로지 유진의 일이었으므로
세계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추모는 계속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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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감정과 우주에 대해, 마음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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