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안포 씨의 일상 외 2편
비요
흔한 안포 씨의 일상
피부가 녹아서 병원을 찾자
의사는 그에게
이제 그만 살아도 된다고 했다
병원을 나오며
안포 씨는 공연히 목도리를 가다듬었다고 했다
불합리하지
어디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어디로는 가까워져야 한다는 뜻인데
그러나 그는
침대에서 베개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
유일한 장기인 사람
떨어진 낙엽과 떨어지는 낙엽이 다르고 매달린 낙엽과 매달리는 낙엽이 다르고 물 맺힌 낙엽과 물 맺는 낙엽이 다른 것처럼
안포 씨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언제 죽어도 되는 사람이 될 때의
무력을 알고 있었다
그는 녹은 살을 그러모아
이불에 채워넣었다
제 온기 두둑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안포 씨는 곤히 잠들었다
단칸방의 네 벽이
그를 두고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흔한 안포 씨
공들여 지은 옷이 수용성이란 사실을
눈물 젖은 자리를 보고 알았다
안포 씨에게 남은 것은 중추신경과 줄기뿐이라
그는 없는 눈으로 점멸하는 제 척추만 내려보았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었다
위로하고 싶은 사람과
그들의 예상보다 더 미친 사람들
둘은 동일인이기도
타인이기도 했다
제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분류에서 벗어나는 것은
존재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나는 알몸이 되었군
안포 씨는 자신의 일차원적인 욕망과
그 욕망도 이루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다몽(多夢)도 병이라 했다
안포 씨는 병든 자신을 갈무리하며
참으로 늙기 좋은 시대라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안포 씨의 신경은 빼빼 말라갔고
대뇌 피질은 벗겨지고 있었다
그의 집에선 밤새 시선과 중얼거림이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튿날 안포 씨는 옷조각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팔 하나 다리 하나 입 하나씩 남은 그의 친구들은
결국 그가 감전사했군!
하며 통탄했다고 한다
丛从丛从
죽지 않아 섧은 것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거리를 쏘다닌다
게 중 하난 태어난 시각을 잘못 알았고
다른 하나는 태어난 사실을 잊어버렸다
횡단보도 앞엔 짓밞힌 장갑이 한짝이 떨어져 있었고
고양이는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얼음을 핥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적당한 정처에서 차 한 잔을 들여다보는 것
홍차에 바닷물 대신 설탕을 넣고
세인트존스워트 대신 초콜릿을 두는 것
아무 번호나 눌러
저는 산 사람입니다
하고 전하는 것
나이가 들어도
지역번호를 더 알게 되는 게 아니라
그들은 고향일 수 있는 타향을 떠올린다
이토록 사소한 게 무정처의 불행이라
오늘도 잘못 걸려온 전화가 섧다
비요
1. 물건을 자주 잃어버림
2. 줏대를 찾아가는 중
3. 폭닥폭닥
4. 뜨개질을 좋아함
5. YOO_D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