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외 2편

케이크


모든 것은 잘라봐야 안다고 합니다 그만 좀 먹어라 소설 롤리타를 감명 깊게 읽은 아이는 함박눈이 오는 것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빨아대는데요 신발장에는 어젯밤 토사물이 그대로 남자는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드는데요 뚫린 구멍에서는 크림이 흘러나옵니다 이제는 누르고 있어야 할 시간입니다 배가 복어처럼 부풀어오를 때까지 스스로의 혈을 찾아 목덜미를 더듬거려요 남의 과학 답안지를 베낀 아이는 무슨 핏줄을 끊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복분자 과즙이 밑부분을 적시고 창밖 풍경은 손쉽게 잘려나갑니다 마지막 장식으로 슈가파우더가 흩뿌려집니다 잡아먹히기 위해서는 시체 놀이를 해야 한대요 생크림으로 충분히 감추어졌길 바라봅니다 단식원에 들어갈 일정은 잊혀지고요 주머니 속 시간표는 이미 축축해졌습니다 스스로를 자르지 못하게 남자가 두 손을 붙잡습니다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는 것이 관례입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포도주는 풍미를 더해주죠 설탕으로 코팅된 과일은 자연의 것이 아닌데 흰 접시는 붉게 물드는 것에 저항하지 않고 맛을 묘사하기 위해 준비해온 문장 목록은 구겨져 버려집니다 속을 비워내야만 설거지를 할 수 있습니다 체리 하나가 남자의 머리처럼 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눈은 영원히 그치지 않네요

팔 것이 남은 여자


자기를 갖고 싶어서 여자들은 딸을 낳는다. 자라난 딸이 여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죽이면. 소유는 완성되고. 딸의 어그부츠는 눈을 진흙으로 만들고. 팔린 여자는 팔렸으므로 죽을 수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들은 언제나 날카로운 칼날이다. 길이 집인 여자들은 항상 집에 있고, 영원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기를 팔기 위하여 여자들은 딸을 낳는다.
여자에게 허용된 유일한 한숨은 담배 연기다. 딸은 여자가 팔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여자를 떠나지 않는다. 여자는 자기를 박제하는 법을 가르친다.
모든 것은 연극 무대의 소품이 된다. 팔린 소품들은 팔렸으므로 죽을 수 있다. 딸이 달마다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은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자는 창백해지기 위해 몰래 납을 먹는다. 딸은 오른팔을 뻗어 왼쪽으로 쓰러지는 여자를 잡는다.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딸이 마지막으로 맡는 역할이다.
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아도 되기 위하여 여자는 의식을 잃는다.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몸을 잃는다. 여자가 붙잡고 있던 실이 떨어진다. 딸의 목 뒤에 붙어 있던 것이다. 연극을 완성했으므로 돈을 받을 것이다.
딸은 미술관에 박제된 여자를 두고 나온다.

화장실의 도래


훌륭한 군인은 적보다 먼저 무기를 빼든다. 자해흔은 감춰졌다 드러날 때에만 무기가 된다. 흰 붕대로 감싸고 검은 옷을 입는다. 누구든 화장실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쓰레기를 생산하는 일이다. 교복 주머니에서 커터칼이 빛나는 여자들, 전쟁 포로로 잡힌 늙은 여자들만이 집으로 삼는다. 공기를 먹고 사는 이들은 더러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변기 위에 상을 차리고 수돗물을 마신다. 물이 흐르면 의식은 시작되고 깨끗함의 기분이 유령처럼 퍼진다. 화장실 바닥에서 잠든 소녀들은 끌려나감으로써 한 층 늙는다. 결국은 너도 여기로 돌아와야만 할 걸. 노역을 대신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쉽게 잊는다. 우리가 우리를 잊게 되어. 다시 그 곳에 몸을 누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