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긍정과 김유쾌 외 2편
김성실
김긍정과 김유쾌
새콤한 것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김유쾌는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오늘은 5분 정도 늦는다고 합니다
5분 정도야 기다릴 수 있지 하고 긍정의 힘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멀리서 김유쾌가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는지 김유쾌의 잔머리가 땀에 젖어 이마에 붙어있습니다
김유쾌는 카페 안쪽에 앉아있는 김긍정을 보았다
김긍정은 김유쾌가 곧장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입구를 마주한 채 앉아있었다
김긍정이 김유쾌에게 팔을 들어 인사를 한다
사실 김유쾌는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김유쾌는 오늘 김긍정에게 이별을 고하러 왔다
김유쾌는 그래도 상쾌하게 오늘의 커피를 주문한 다음
진동벨을 들고 웃으며 김긍정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덥습니다
어제는 비가 와서 쌀쌀하더니 오늘은 또 덥네
파랗게 상큼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김유쾌의 모습이 싱그럽습니다
김유쾌는 자리에 앉아 잘 지냈어? 라고 말을 건네더군요
김유쾌와 함께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김긍정이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인다
울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침묵하지도 않는다
역시 긍정이야. 하고 김유쾌는 생각했다
김유쾌는 일어나 김긍정과 포옹을 하고 자리를 나선다
반쯤 마신 하늘색 투명한 레몬에이드 잔이 커피로 가득찬 머그컵과 나란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마지막으로 본 김긍정은 남은 레몬에이드를 빨대로 빨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김유쾌도 유쾌한 표정으로 카페에서 나와 유쾌한 음악을 들으며 번화가 사이로 사라졌다
Gaslighting
Do you hear me?
Yes I do I can
Dogs Barking
I block my ears and leave
marching people
when I can say
“I don’t regret anything”
like chocolate ice cream
and wildberry tea with sugar
Be careful!
The shelves are crumbling
when you smiled shyly like a boy
when you frowned uglily like an old man
Splash
Flop
At night in the supermarket
Beer and key
an accidental pain and flash of light
<국역> Gaslighting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들려
개짖는 소리
황급히 귀를 막고 떠난다
행진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초콜릿 아이스크림
설탕을 탄 산딸기차같은
조심해!
선반이 무너진다
네가 수줍게 소년처럼 웃었을 때
노인처럼 추하게 찡그렸을 때
첨벙
풀썩
밤의 슈퍼마켓
맥주와 금속열쇠
우연한 통증과 섬광
비자나무
1
비관적인 나의 자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나는 자뭇 무자비한 신자가 된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배고프고 비굴한 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자비로운 나의 신은 무의식도 차별하지 않습니다
벼와 싹 무나물과 자반이 놓인 식탁에서
식사를 나누는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로 평등합니다
마치 무엇도 아무런 비용 없이 반복된다는 것처럼
누구도 나무라지 않고 비애도 없습니다
꿈에서 나는 비틀린 겨드랑이로 따개비를 낳았습니다
무찌른 것들은 때때로 창자를 가르고 나오기도 합니다
따개비가 나를 보고 짖습니다 컹컹컹
자른 혀들이 무릎 위에 쌓입니다
2
비가 오는데 자전거 나란히 달리는 거야
자폭하는 사람에게 남은 무언의 시간 십이초
피자 무료 나눔합니다 선택받은 한 자에게
비난하는 자에게는 무한의 자유를
자리 비었으면 나무라지 말고 빨리 앉으세요
자비는 무책임한 자의식의 또다른 발현
무궁히 증폭하는 비소세포 유전자
오늘도 자기 비판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궁극의 비책은 무난한 혈자리 위치 찾기
가위바위보 자기 무르기 없는 내기 하기
김성실(전규연)
창작자, 비평가. 2021년부터 연극과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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