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 외 2편

원민우



가르마


가르마를 바꿔주지 않으면 머리가 비어 보여
가닥가닥 감각하고 있어
묶은 머리를 묵직해진다
올백 머리에도 가르마는 있어
가마를 중심으로 퍼져가는 정수리 냄새
쌓인 기름기를 샴푸하지 않았다
기능성 샴푸는 다 거짓이라지
메두사의 뱀들은 자아를 가지고 있었을까 슬프다,
머리에 매달린 자기인식
손톱을 세우지 않고 문질러야 돼
자극은 탈모의 원인
그래도 빠져가는 머리카락을 당연히 받아들여
메두사의 빠진 머리가 세상을 기어간다
의지도 없는 머리카락은 가르마에 의지해 질서정연하게 빗질 당한다 그러니 가르마를 바꿔주세요
머리 한쪽이 비어 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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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꺼지라고 해줘
인내심이 없는 내가 뱉을 수 없는 말

오리들이 짖는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내 연관 검색어에는 뜨지 않는다

가구도 없는 빈 방에 피워보는 향
채워지지 않는 비틀진 직육면체

되고 싶은 것은 물
모두가 피하는 구정물에는 마음이 없다고 한다 차라리 스티로폼이 되어 산산히 부서지겠어 재활용조차 되지 않을 거야

편지는 낙서라고 생각해
너는 끄적였다
내가 쓴 문장이 첨삭됐다
나는 사실 오리 같은 건 관심 없어
오리가 호감과 혼란 사이를 걸어갔다
너는 인용도 주석도 기호도 쓰지 않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거짓말이었어
반복되는 차이
차이는 것이 반복
오리는 꽥꽥
비틀린 틈에서 향기가 났나?

추천 동영상에 너의 얼굴이 뜨지 않는다




그러니 프랙탈이라고 하지 마


나는 오늘도 거짓말
있는 대로 부풀려 봤어
텅 빈 페이지에 덩그러니 쓰여진 단어
속에 작은 개념 속에 더 작은 의미
하지만 겨울 다음에 여름
새로운 반복
프랙탈이라고 하지마
질서를 만들지 않을 거야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 속에 너
내 속엔 거짓말
큰 거짓말 속에 작은 거짓말 속에 또 거짓말
나를 지겨워 하지마
작은 부분에도 존재하는 거대한 환상
나는 그게 지겨워
그러니 프랙탈이라고 하지마

소금 알갱이가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같은 말을 계속 내뱉는다
하지만 나의 단어 속 개념 속 의미가
너의 문장 밖 정의 밖 생각이랑 다른 걸
나는 염전이 거듭하는 진실에 숨막힌다
시끄러운 반복을 포맷해버리고
새로운 암호를 걸 거야
텅 빈 하드 드라이브에 하나의 소금 알갱이도 두지 않을 거야 서로 다른 거짓말을 조용히 두고

그 거짓말들이 낳는 새끼들을 너 몰래 지울 거야

그러니 프랙탈이라고 하지마 내가 너무 슬프잖아





원민우